의욕만 넘친 신사업 추진… CEO 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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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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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신사업을 주도했던 최고경영자(CEO)들이 좌절의 쓴잔을 마셨다. 연말 임원인사에서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대거 퇴임했다. 일부는 다른 계열사로 이동,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예측 못하고 투자에 나선 것이 패착이었다. 대기업의 신사업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됐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형성됐다.

시장 흐름을 잘못 짚고 시설 투자를 단행한 점도 낙마의 이유다. 예상과 달리 공급 과잉 상태가 발생하면서 기업에게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태양광사업은 CEO 무덤

현대중공업은 지난 13일 민계식 회장을 상담역으로 위촉했다. 10년간 현대중공업을 이끌어 온 민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 그는 2001년 사장, 2004년 부회장 등을 거치며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로 조선기업으로 일궜다.

2010년 회장 취임 이후부터는 현대중공업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담하는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직접 챙겼다. 특히 민 회장은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초대 회장직을 맡는 등 태양광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그의 열정에도 태양광 사업은 조기 정착에 실패했다. 경기 침체로 선진국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린에너지사업본부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72억원이다. 매출도 지속적으로 줄었다. 충북 음성의 모듈 공장 가동을 멈췄고, 미국 태양광 발전소 계획도 백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내부에서 태양광 등 신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며 "사업을 주도했던 민 회장의 입지도 크게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웅진그룹도 지난달 인사에서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 수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에 전면 쇄신을 단행한 셈이다.

유학도 웅진에너지 대표와 백수택 웅진폴리실리콘 사장은 사임했다. 이재균 전 제일모직 전무와 전윤수 웅진폴리실리콘 전무가 각각 양사의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과거의 영광은 잊어라"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전자업계 CEO들도 예외는 아니다.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은 내년 1월 사임한다. 그는 2002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10년 만에 매출을 13배 늘렸다. 그룹 내 최장수로 CEO로 불린 이유다.

발광다이오드(LED) 업황 부진이 허 사장의 발목을 잡았다. LG이노텍은 지난 2년간 1조2000억원을 LED에 투자했다. 전방산업인 TV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동률이 곤두박질쳤다.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수장도 교체됐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2일 대표직을 내놓고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LG는 미래성장동력인 2차전지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는 점에서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부에서는 매출이 작고 직책도 사업본부장에 머물러 좌천성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CEO에서 물러나면 고문직을 얻어 퇴임 수순을 밟는 것이 관례"라며 "권영수 사장과 장원기 사장이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아 재기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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