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영화 왜?> 영화 ‘황해’가 ‘추격자’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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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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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우선 관심이 폭발적이다. 감독과 배우들의 아우라에 거는 기대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전작 ‘추격자’의 감독과 투톱이 다시 한 번 만났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같은 감독에 같은 배우, 심지어 영화의 기본 뼈대조차 같다. 두 남자의 사생결단 추격전이 이 영화의 뼈대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전작과의 확실한 차별점이다. ‘추격자’가 바리스타 장인이 내린 에스프레소라면 ‘황해’는 아직 껍질조차 까지 않은 ‘원두’라고 말하고 싶다. 그 만큼 날것 그대로를 감독은 담아냈다.

‘황해’가 그리는, 또 ‘황해’가 주는 기다림의 울림을 파헤친다.



◆ 같은 ‘배우’ 그런데 다른 ‘배우’?

‘황해’와 ‘추격자’는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피와 살점이 튀기는 하드코어 스릴러인 이 영화의 흥행 코드는 중호(김윤석)의 집착에 가까운 고군분투에 있었다. 그 이면에는 ‘지켜야 할 여자가 있다’는 다소 고리타분한 설정이 관객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반면 영민(하정우)에겐 성적 불구(영화 속에서 구체적 설명은 없지만)로 인한 여성 혐오증을 안겼다. 이 같은 스토리 개연성을 관객들에게 쥐어주며 중호와 영민(하정우)의 핏빛 사투를 이해시켰다. 이 두 사람이 대결을 이 같은 ‘이유’로 정당화 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황해’는 어떤가. 전작 ‘추격자’에선 중호가 감정 이입의 주축이었다면 ‘황해’는 구남(하정우)이다. 연변 택시 기사로 아내는 한국으로 돈 벌러 갔지만 생사 확인이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구남은 마작으로 인한 도박 빚에 시달린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의뢰받은 청부살인을 받아들인다. 



‘황해’ 역시 ‘지켜야 할 여자’가 녹아들어 있기는 한다. 하지만 드러난 스토리 상 극의 이음새를 메울 정도는 아니다. 감독은 영화 상영 내내 면가(김윤석)에게 쫓기는 구남의 힘겨운 발걸음에 감정을 호소할 작정이다. 우리 사회의 소위 약자로 불리는 연변 출신 불법 체류자가 옮기는 발걸음에 ‘생존’이란 단순 명료함을 입혔다. 때문에 전작(추격자)에 비해 더욱 거칠고 날것처럼 관객들은 느낄 것이다. 살기 위한 구남의 몸무림이 초점이다.

‘면가’의 캐릭터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추격자’의 영민이 잔혹한 연쇄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관객들의 이해를 요구할 정도는 아니지만)가 주어졌다면, 면가는 순수한 ‘악’ 그 자체로 ‘황해’의 중량감을 떠안는다. ‘추격자’로 인해 ‘본좌’의 지위까지 오른 김윤석의 연기가 더해졌으니 기다림마저 황송할 따름이다.

결과적으로 ‘추격자’는 쫓는 자가 관객들의 이해를 요구한다면 ‘황해’는 쫓기는 자가 이 역할을 맡게 된다. 같지만 분명히 다른 ‘황해’의 힘이다.



◆ 넓어진 스케일과 빠른 전개

데뷔작 ‘추격자’로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나홍진 감독은 이번 ‘황해’를 통해 더욱 크고 넓어진 스케일의 추격전을 창조해 냈다. 창조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벌어진 실제 스토리를 몰래 카메라에 담아내 듯 극사실주의 영화로 완성했다는 평가가 크다. 결국 제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황해’는 ‘추격자’에 비해 3배 가량인 100억원 제작비가 투입됐다.

화면 곳곳은 ‘쓴 만큼 담아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구남이 한국으로 밀항을 하는 장면은 실제 72시간동안 연속 촬영으로 하정우의 변해가는 모습을 담아내 사실감을 살렸다.

관객들의 숨통을 조이는 듯 빠른 화면 전개도 이번 영화의 또 다른 힘이다. 이를 위해 감독은 100개 이상의 컷을 붙여 한 신을 만들 정도로 공을 들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카레이싱 장면은 이번 영화의 백미다.



부산 시내 3km 구간을 통제, 투입된 스태프 150명에 차량만 50대가 동원된 이 장면은 카메라 13대로 만들어 냈다. 특히 트레일러 전복신은 할리우드 시스템에서나 가능하다는 영화 관계자들의 말처럼 ‘압권’이란 단어조차 무색케 한다.

‘추격자’로 시작된 쫓는 자의 감정이 이번 ‘황해’에서는 어떤 식으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폭발력을 보일지 궁금하다. 폭발을 도울 도화선의 불은 오는 22일 당겨진다.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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